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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육

우리 아이 한글 교육, 바로 이때 

레이디경향 | 입력 2016.02.01 15:27 

우리나라에서 만 2~4세에 동화책을 줄줄 읽는 아이들은 ‘흔한’ 영재들이다. 인터넷에 ‘한글 교육’만 검색해봐도 번듯한 사교육 업체의 콘텐츠들이 줄줄이 걸린다. 이를 보는 엄마들은 혼란에 빠진다. ‘벌써 다섯 살 된 내 아이, 이대로 두는 것은 방치인가?’

불안, 그 떨칠 수 없는 걱정우리 아이 만 4세. 한 번도 한글을 가르쳐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한글 학습지를 시키고 있는 몇몇 주변 엄마들을 보며 유난이란 생각이 들 뿐이다. 믿는 구석도 있었다. 한글을 미리 가르치면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떨어진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 그래서 아이의 문자 교육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생일에 어린이집 또래 친구들에게 받아온 생일 축하 카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아이들이 쓴 글씨다. 우리 아이는 ‘가나다라’조차 읽을 줄 모르는데 저 집 아이는 벌써 한글을 쓰다니! 아이 교육에 관한 한 확고한 나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인 나는 이 순간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이건 뭐라고 써 있어?”라고 늘 책을 들고 오는 아이. 아이는 글자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고 있는데 엄마가 ‘글자 교육은 아직!’이라고 무리하게 선을 그었던 건 아닐까? 아이는 문자를 점점 궁금해하는데 언제까지 문자 교육에 제한을 둬야 할까? 창의력을 살려주면서 병행할 수 있는 문자 교육은 없을까?

연령에 구애받지 마라

영유아 교육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근에 「적기 교육」이란 책을 쓴 이기숙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특히 그녀는 2000년 초반부터 ‘유아 선행 교육’과 ‘유아 사교육’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이 박사에게 한글 교육의 적기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한글 교육에 대한 연령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선행 교육을 부정했던 입장에서 다소 의외의 대답이다. 단, 단서 조항이 달린다. 이 박사가 말하는 한글 교육이란 ‘ㄱ’, ‘ㄴ’, ‘ㄷ’의 문법에 기초한 기계적인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명 문자 전 단계의 문자 교육이다.

“아주 어린 연령이라도 아이가 글자에 호기심을 갖고 읽어보려고 한다면 문자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예요. 엄마들은 문자 교육이라고 하면 벽에 ‘가나다라’가 적힌 브로마이드를 붙이거나 학습지를 신청하겠지만 제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문자를 접하는 활동을 말하는 거예요.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그림책을 읽어준다든지, 좋아하는 과자의 이름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이죠. 어린아이가 책을 읽는답시고 거꾸로 들고 중얼중얼 읽는 척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죠? 그것도 제가 말하는 문자 교육의 시작으로 볼 수 있어요.”

그녀가 말하는 문자 교육은 자연스럽고 또 재밌게 놀이처럼 글자를 접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우리 아이의 예를 들어보면 어릴 때 「도깨비 방망이」라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반복해서 읽어주다 보니 어느 날 자기가 ‘도깨비’라는 글씨를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깨끗하다’라는 글자를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시켰지만 같은 ‘깨’자인데 그건 읽지 못하더라고요. 글자를 통으로 외운 거죠. 통으로 글자를 인식시키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해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인 거죠. 그러다 글자가 같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다음에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알게 되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교육입니다.”

이 박사는 자음과 모음부터 가르치는 한글 사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제한한다고 경고한다.

7년간의 추적 조사가 보여주는 조기교육 허상

이 박사는 10년에 걸쳐 한중일 동아시아 유아들의 조기교육 현황을 연구했다. 만 5세에 문자 사교육을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그들의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국어 시험의 결과를 추적 조사했다. 과연 사교육이 아이들 성적에 영향을 줬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기계적으로 사교육을 받았던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국어 평균 점수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사교육을 받지 않은 그룹의 평균 점수가 더 높았다.

입학 전 사교육을 통해 완벽히 한글을 깨쳤고 학교에서는 늘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온다고 해서 그 아이가 중·고등학생 때까지 국어 점수가 탁월할 거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일선 초등학교 1학년 교사들은 미리 공부를 해온 아이들이 확실히 받아쓰기 정확도가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1학년 2학기나 2학년 1학기가 되면 아이들의 단순 해독력은 거의 같아진다는 것. 그 이후가 본격적인 승부다. 아이가 얼마나 풍부한 어휘력으로 문장 이해력과 독해력을 갖고 있는가. 크게 보면 수능 국어도 주어진 지문을 얼마나 이해했는가가 관건이다.

창의력 살리는 한글 교육법
부모표 책읽기아이가 글자를 알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종종 스스로 읽어보도록 시킨다. 그러나 이는 의미 없는 행동이다. 의미를 모른 채 기계적으로 읽는 것은 국어 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전혀 다른 의미인 것과 같다. 글을 접할 때 정확하게 문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른이 직접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도 문장을 완벽히 이해했을 때 책을 더 읽고 싶어 하고 나아가 문자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문자 교육은 단순 해독이 아니다. 문장에 대한 경험, 글에 대한 경험을 많이 접할수록 국어는 유리하고 그 힘을 키워주는 것은 독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생활 속 어휘력 최대한 활용아이와의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학습지 이상의 다양한 어휘력을 길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미끄럼틀을 탈 때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밑으로 내려와보렴”이라고 한다. 그럼 아이는 자연스럽게 가장 높은 곳을 ‘꼭대기’라고 하는구나, 라고 알게 된다. 더 큰 효과를 위해 부모가 좀 더 정확한 단어를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 저것 좀 가져와”라고 하기보다 “식탁 아래에 있는 핸드백을 엄마 앞에 가져올래?”라든가 “아빠 책상 위에 있는 연필 좀 가져올래?”라는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아래’, ‘위’, ‘옆’과 같은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를 생활에서 터득할 수 있게 된다.

흥미 유발이 관건아이들은 말을 배우고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창의력 대장이 된다. 때로는 다소 엉뚱한 단어를 만들어내 보는 이를 웃게 한다. 얼마나 놀라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단어의 재구성인가. 다리에 난 털을 보고 ‘다리카락’이라고 한다든지, 초코우유를 보고 ‘깜깜한 우유’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휘적으로는 오류지만 “아니야. 잘못된 표현이야”라고 지적하기보다 아이의 상상력을 칭찬해 단어 만들기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문자 교육의 전 단계다.

단어 공부를 시작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시작한다. 학습지에 나오는 ‘나비’, ‘책상’, ‘잠자리’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봉지나 장난감 포장지의 글자를 오려놓았다가 보여주며 단어를 익히게 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Education Tip

2017년 초등 1학년 한글 수업 시간 2배 증가

한글 교육에 조바심이 큰 학부모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는 희소식이다. 초등 1학년 한글 수업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 그동안 영·유아 한글 사교육이 확산됐던 가장 큰 이유가 초등 1학년 국어 교육과정의 문제도 있었다. 초등 1학년 국어 교육과정에서 한글 해독을 위한 시간은 1~3단원까지 27시간뿐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한글을 깨쳤다는 전제하에 수업이 진행됐다. 그러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글을 미리 떼지 않고 들어가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라는 위기감과 불안감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한글 선행 학습으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교육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초등 저학년(1, 2학년)의 한글 교육을 체계화·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개선안으로 2017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한글 교육 시간이 27시간에서 45시간으로 확대됐다. 아이들이 최소 45시간 이상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것. 이뿐 아니라 누리과정과의 연계, 1학기 1권 독서 후 듣기·말하기·읽기·쓰기가 통합된 활동 진행 같은 요구 사항들이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됐다.

<■글 / 이유진 기자 이기숙(유아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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