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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책과 가까워 지는 서점놀이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는 서점 놀이의 4가지 원칙 


위즈덤하우스 | 입력 2015.04.17 10:26 | 수정 2015.04.17 10:27 



서점에 가보면 언제나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들로 북적댄다. 하지만 그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아이가 읽을 책을 엄마가 고른다. "이 책 재미있겠다", "카페에서 보니 이 책이 필독 도서라고 하더라" 등 엄마의 판단과 평가로 아이가 읽을 책을 집어 든다. 아이는 그저 엄마 옆에서 수동적으로 서 있을 뿐이다. 그러고는 뭐가 그리 바쁜지 엄마가 고른 책을 재빨리 계산하고 서점을 떠난다. 아이에게 서점은 그저 책 고르는 엄마를 기다리는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젊은 엄마들이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는 경향도 아이가 책에 마음을 붙일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다. 아이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각종 책 카페나 교육 카페에서 추천한 책들을 사들이고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너를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샀으니 꼭 다 읽어라" 하고 강요한다. 하지만 아이는 그 책에 대한 동기가 전혀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고, 읽어야 하는 책의 어마어마한 양에 지레 질려버리기 쉽다. 돈 조금 아낀다고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여 아이의 독서 동기를 놓치고 마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아이가 책에 호감을 느끼도록 하려면 다양한 책을 충분히 살펴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아이에게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넘겨야 한다. 책은 가능하면 꼭 서점에서 실물을 보고 사자. 또 서점에서 충분히 머무르면서 아이에게 이런저런 책을 구경할 시간을 주자.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는 것 자체가 독서에 대한 막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또 다양한 장르와 내용의 책을 뒤적이면서 관심 분야의 깊이와 너비를 더하는 효과도 있다.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일요일 저녁, 딸이 책상에 엎드려 얼굴을 묻고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게 됐다. 수험 공부가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싶은 마음에 "우리 딸, 공부하는 게 많이 힘든 모양이구나"라며 위로를 건넸다. 딸은 고개를 들고 이렇게 답했다. "아빠,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읽을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한 나는 딸의 등을 몇 번 두드려주고 조용히 물러 나왔다. 딸의 책 사랑은 그 정도로 열렬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나와 10년 이상 지속해 온 서점 놀이가 큰 힘을 발휘했다. 나는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매달 놀이 삼아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들러 책을 사줬다. 그 놀이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출발 전 아이들에게 오늘의 체류 시간을 공지하는데 보통 한두 시간 정도였다. 서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책을 고르러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나는 빈 의자에 앉아 주로 가벼운 만화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30분 정도 지나면 아이들이 책을 가져와 내 옆에서 읽었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다시 서가 사이를 돌아다녔다. 1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각자 사고 싶은 책을 골라 아빠에게 돌아왔다. 아이들이 그만 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도 약속된 체류 시간은 꼭 지키고 난 후 계산하고 서점에서 나왔다. 사고 싶은 책 외에 다른 책들도 구경시키려는 의도였다.



둘째, 아이들에게 전적인 선택권을 주었다.



만화책이든 종이접기 책이든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 고른 책을 무조건 사줬다. 아내는 그런 내가 못마땅해 좋은 책을 사주라고 닦달했지만 나는 내 원칙을 고수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매달 만화책을 사던 딸은 5학년이 되더니 영문학 고전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골라 왔다. 놀라워 이유를 물었더니 심심해서 책날개를 뒤적이다 보니 그 책이 읽고 싶어졌다는 것이였다. 그 후에도 딸의 소설 사랑은 식지 않았고 책을 고르는 범위는 날로 다양해졌다.



학교에서 무슨 상이든 상장을 받아오면 장당 '추가 1권 구입권'의 혜택을 부여했다. 상장 수만큼 원하는 책을 추가로 사준 것이다. 나중에 학교에서 상장을 남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보너스 제도 역시 아이들의 책 사랑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서점 가는 길에 아이들에게 저녁 메뉴를 정하라고 하면 서로 먹고 싶은 요리를 꼽으며 협상을 했다. 때로는 서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 싸우기 직전으로 치닫기도 했지만, 점차 남매가 번갈아 메뉴를 정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을 사서 식당에 가면 아이들은 그날 자기가 고른 책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점 놀이를 꾸준히 하다 보니 학습 면에서도 놀라운 성과가 있었다. 국어와 사회 과목에 흥미를 붙이고 성적도 좋아졌다. 특히 아들의 경우 속독 실력과 이해력이 부쩍 늘었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서 서점 놀이는 서점 데이트로 업그레이드됐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서점에 가서 각각 신용카드를 한 장씩 주고 구매의 상한선을 정했다. 서점에서 책을 사고 나면 시내 구경에 나서거나 아이들과 추억이 있는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다. 책을 매개로 다 큰 아이들과 행복한 데이트를 즐긴 것이다.



저자: 권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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